중국 동북3성 조선족학교 교사 30명이 9일 민족의 문화예술을 배우러 ‘예향’ 광주를 찾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으로 5박6일의 연수일정을 시작했다(사진). 이들은 5·18묘지를 돌아보며 “이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희생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연수에는 중국 헤이룽장·지린·랴오닝 등 3개 성 지역의 조선족학교에 개설된 민족문화교실 담당 교사들이 주로 참여했다. 이들은 14일까지 조선대 강의실과 기숙사에서 아카펠라(무반주 합창곡)·영화·연극·미술·독서·마술 등을 민족교육에 접목하는 워크숍을 한다. 또 광주 일대의 소쇄원 원림, 민속박물관, 정율성 생가, 대인 예술시장, 광주폴리(소규모 도시 장식물) 등 문화자원들을 돌아본다.

이번 연수는 민족문화교실 담당 교사들을 동북아평화연대가 초청하고, 광주시교육청, 광주문화재단, 5·18기념재단, 광주시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등이 지원해 이뤄졌다.

헤이룽장성 교육학원 연구원인 라정일(55)씨는 “날씨가 따뜻하고 포근해서 고향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며 “문화예술교육의 방법과 사례를 잘 배워서 아이들한테 민족혼의 씨앗을 심겠다”고 말했다. 하얼빈시 둥리조선족소학교 교사인 최연(32)씨는 “민족문화교실에서 저학년은 예절, 고학년은 민속을 가르치지만 자료와 교구가 부족해 늘 고민이었다”며 “조국의 교육 현장을 체험한 뒤 본보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의 조선족학교는 1990년대 이후 재중동포들이 일자리를 찾아 동북3성을 떠나고 학령 아동들의 한족학교 입학이 늘면서 1500여곳에서 300여곳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조선족학교들은 민족의 예절·전통·언어·민속 등을 가르치며 정체성을 지키려고 분투해왔다. 케이티에프(KTF)와 동북아평화연대는 2006년부터 조선족학교 10곳에 민족문화교실을 설치하는 등 이들을 지원해왔다. 이번 교사 연수도 민족문화교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임광호(48·광주공고 교사) 동북아평화연대 광주·전남모임 대표는 “해체 위기를 맞은 동북3성의 조선족 사회에 활력을 주기 위해 문화자원이 풍부한 광주에서 연수를 마련했다”며 “민족문화교실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인적 교류, 도서 기증, 교사 연수 등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