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가을 나는 한 시립도서관 서고에서 기억에서 사라졌던 한 남자를 우연히 만났다. 블라디미르 세르게예비치 리, 러시아 황실 근위대 장교로 임관되어 볼셰비키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국인! 그가 수북하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면서 일어나 내게 말을 걸어왔고, 나를 자신의 식탁으로 초대했다.
이 책은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하지만 스스로는 결코 자신과 나라를 잊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준은 객지에서 홀로 죽어가면서도 일제 황군의 군홧발에 짓밟히는 조국을 잊지 않았다. 이범진은 나라를 빼앗긴 책임을 잊을 수 없어 미리 관을 맞추어 놓고 스스로 목을 맸다. 이상설은 식민지 조선을 잊지 못해 죽음 앞에서 자신을 다른 나라 땅에 묻지 말고 그냥 태워버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됐지만, 사실에 대한 보고서도 아니고 역사서도 아니다. 단지 소설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안에 명증하고도 분명한 사실 하나를 담았다. 우리가 지금 과거를 잊으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혹시 이 책으로 몇 사람의 독자만이라도 망각된 기억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내게는 그보다 더 기쁜 일도 없을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 근대사를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글을 요약하는 데는 자신이 없어서... 그저 작가의 말을 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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