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식의 시베리아 횡단기]① 블라디보스톡에서 바이칼까지
1860년대 이주민 ‘고려인’으로 정착
2008-08-19 오후 1:15:12 게재
연해주 곳곳에 항일독립운동 유적지
마침내 시베리아에 갔다. 시베리아횡단열차도 탔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우수리스크, 하바로브스크, 이르쿠츠크를 잇는 9박10일 일정이다.
시베리아는 우랄산맥에서 태평양 연안까지를 이르는데 동서 7000 킬로, 남북 3500 킬로에 달한다. 시베리아횡단열차는 1891년 착공, 1916년 8월 최대 난공사였던 하바로브스크 아무르강 철교가 완공되며 대역사를 끝냈다. 이 길이는 지구둘레의 4분의1에 가깝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6박7일 걸리며, 블라디보스톡~이르쿠츠크 구간에는 모두 73개의 역이 있다. 열차는 작은 역에서는 3분 정도, 주요 역에서 15~30분 정도를 멈춘다. 승객은 주요 역에서만 밖에 나갈 수 있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주위사람들이 ‘추운 시베리아에서 더운 곳에 오니 적응이 안 되지요’라고 한다. 시베리아는 겨울이 길뿐이지 여름은 정말 덥다. 더구나 7~8월에는 해가 11시는 되어야 지니 낮이 너무 길다. 저녁 8~9시에 뜨거운 태양이 작열한다고 생각해 보라.
극동러시아의 총면적은 621만5900 평방킬로미터로 러시아 전체의 36.4%를 차지한다. 인구는 717만 명으로 전체의 4.9%에 머물고 있다.
극동러시아는 연해주, 하바로브스크주, 사할린주 등 7개 주와 사하공화국, 유태인자치주, 추코트카자치구로 이루어져있다.
특히 연해주와 함경북도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그 국경의 길이가 불과 17 킬로미터다. 한반도의 등줄기를 타고 올라간 백두대간은 연해주의 남북을 잇는 시호테 알렌 산맥과 연결된다. 시호테 알렌의 동쪽은 해양성 기후, 서쪽은 대륙성 기후를 띠는데, 한반도와 동일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단지 겨울철이 길 뿐이다. 이곳은 과거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였다.
시베리아 그리고 시베리아횡단열차는 우리 조상들의 희망과 절망이 얼룩진 곳이다.
1860년부터 조선인들은 연해주로 이주했다. 조선왕조의 폭정과 대기근을 피해서 연해주로 넘어온 이들은 황무지를 개척했다. 근면성실한 이들은 ‘고려인’이라고 불렸다. 1910년 무렵에는 15만 이상의 고려인이 연해주 일대에 살고 있었다. 큰 농장을 개척하고 많은 돈을 번 사람도 생겼다.
조선왕조가 멸망한 후 많은 애국지사들이 연해주로 건너와 국권회복운동을 벌였다. 이들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하고, 무기를 살 돈을 대고, 그리고 직접 전장에 나간 사람들이 바로 조선왕조가 버렸던 고려인이다.
연해주에서 이르쿠츠크 일대에는 조선독립운동에 관련된 역사의 현장이 산재해 있다.
글·사진 = 신명식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이사
신명식씨는
1993년 창간때부터 내일신문에 몸담았으며 편집국장을 지냈다. 올해 8월부터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이사를 맡아 일제하 식민사박물관 개관준비를 하고 있다.
Tip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자를 위한 정보
- 소연방이 해체된 지 17년이 됐지만 서비스마인드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열차는 물론 식당조차 모든 시스템이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각오하면 된다.
- 러시아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화장실 문제다. 100명이 동시에 들어가는 식당에 화장실은 달랑 남녀공용 1개뿐이다. 고급호텔은 사정이 좋지만, 금빛으로 휘황찬란한 성당에도 화장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열차도 선로 위에 쏟아버리는 방식이라서 정거장 주변에서는 문을 잠가 놓는다. 도시에서 공중화장실은 찾기 어렵다. 대도시 기차역의 화장실은 차표를 보여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은 10루블(440원) 정도를 내야 한다.
이용 가능한 화장실을 발견하면 다음을 보장할 수 없으니 일단 이용하는 것이 상책이다.
- 극동러시아에서는 영어가 거의 쓸모가 없다. 하바로브스크 조차 영어가 병기된 간판을 찾기 어렵다. 신용카드나 달러를 쓸 수 있는 곳도 고급호텔 정도다.
- 기차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려면
열차에서 뜨거운 물은 충분히 공급되지만 식당칸이 없는 경우를 대비해 누룽지, 컵라면, 쌀국수 같은 것을 준비한다. 등산용 코펠은 쓸모가 많다.
정거장 노점에서 파는 과일이나 소시지 종류는 줄곳 사먹어도 배탈이 난 사람이 없었다.
세면대 사용이 불편하다. 물휴지 한 통과 골프공 한 개를 휴대하면 유용하게 쓴다.
열차 내에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3500원 정도를 내면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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