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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내일신문> [신명식의 시베리아 횡단기] ②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서
글쓴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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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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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식의 시베리아 횡단기]②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서
고려인 강제이주는 항일운동의 대가
2008-08-20 오후 1:25:33 게재

‘유라시아의 자궁’ 바이칼에는 우리와 닮은 부리야티족 살아

시베리아 일대의 고려인들이 항일 독립운동에 적극 참가한 시기는 1905년에서 1922년 무렵이다. 스탈린 체제 하에서 독자적인 항일투쟁 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콜호즈(집단농장)를 개척하고 민족학교를 건설하는데 남다른 실력을 보였다.
고려인들은 1937년 가을 화물열차에 실려 40일을 이동한 끝에 중앙아시아 황무지에 버려진다. 스탈린이 내세운 이유는 스파이 혐의다. 즉 국경지대에 외형상 일본인을 닮은 고려인이 대거 거주하는 것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쪽에서 독일과 대치하고 있던 소련이 동쪽의 일본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항일운동의 거점이었던 고려인 사회를 파괴해 버렸다는 학설도 있다. 어떠한 이유이든 17만여 고려인들은 항일운동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셈이다..
1991년 소연방이 해체된 후 우리는 언론을 통해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성공신화를 자주 접해왔다. 그러나 그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고려인도 많다. 이미 극동러시아 일대로 귀환한 고려인은 5만여 명에 달한다. 이주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여행구간은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크까지 4000 여 킬로미터다. 요즘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75시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열차 밖으로 보이는 나무는 자작나무 소나무 전나무 뿐이다. 그런데도 여행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지평선 끝까지 야생화가 깔려 있는 초원에 해가 올라오면 대지는 수증기를 뿜어낸다. 급격한 기온변화에 따른 현상이다. 해가 질때는 더 장관이다. 이걸 보고 있노라면 75시간은 금세 흘러간다.
문득 1937년과 1991년 이 철길을 따라 이동했던 고려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대한민국은 시베리아로 귀환하는 고려인들을 보살필 의무가 있다. 이들의 조상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열차의 종착역 이르쿠츠크는 혁명의 땅이다. 또한 조선공산주의운동사의 뿌리가 있는 곳이다.
나폴레옹 전쟁 때 서유럽에 원정해서 자유주의 사상을 섭취한 일부 청년장교들이 1816년 농노제 폐지와 입헌정치 실시를 목표로 동맹을 결성한다.
이들은 1825년 니콜라이 1세 즉위식때 봉기를 시도했으나 주모자 5명은 처형당하고, 100여명은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진다. 유형을 마친 사람들은 이르쿠츠크에 정착한다. 이들은 이르쿠츠크의 교육과 문화수준을 높였다. 이들을 데카브리스트(12월당원)라고 부른다.
당시 짜르는 유배형에 처해진 청년장교의 부인들에게 두 가지 중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 남편을 따라 유배지로 가면 귀족 신분을 잃게 되고, 이혼을 하면 귀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부 부인들은 귀족 신분을 내던지고 유형지에서 남편 뒷바라지를 했다. 공작부인 보르콘스카야는 광산의 어두운 갱도에서 남편을 만나자 먼저 쇠사슬에 입을 맞추었다고 한다.
이런 혁명의 기운이 흐르는 곳에서 1920년 1월 김철훈 문창범 오하묵 등이 모여 이르쿠츠크파 한인공산당을 결성했다. 이들은 상해파 고려공산당과 함께 조선공산주의운동의 양대 계파를 이룬다. 이르쿠츠크 시내에는 당시 창당대회를 했던 건물이 남아있다. 현재는 부리야트족 출신 예술인 반필로바를 기념하는 음악전용극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라시아의 자궁, 바이칼 호수는 이르쿠츠크에 있다. 이곳에는 생김새나 민속이 한민족과 너무 닮은 부리야티족이 살고 있다. 어떤 민속학자들은 부리야티족을 한민족의 원류로 본다. 이들이 만주로 내려와 고구려를 세웠다는 것이다. 사실 얼굴생김새나 성황당, 솟대와 같은 무속을 보면 한반도와 유사한 것이 많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주장은 아니다. 어떤 학자는 명나라에 의해 몽골초원으로 쫓겨난 원 제국 몽골족의 일부가 바이칼 호까지 온 것이 부리야티족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이번 여행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회장 김자동)가 4년째 이어오고 있는 ‘독립정신’ 답사 행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정기념사업회는 대학생 50명씩을 선발해 첫해 상해에서 중경까지, 둘째해 중국 화북지방, 셋째해 중국 동만주지방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답사해 왔다. 올해는 정보 부족, 재정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고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극동러시아 일대의 사적지 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글·사진 = 신명식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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