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개혁가 김가진의 파란만장 일대기
2009-07-31 오후 12:16:07 게재
동농 김가진전
김위현지음｜학민사｜3만원
1919년 10월 10일, 허름한 한복 누더기 차림의 노인과 젊은이가 일산역에서 신의주행 밤 기차에 몸을 실었다. 두 사람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행색부터가 고아한 두 사람의 몸가짐에 비추어 어색하기 짝이 없어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신의주를 거쳐 중국 땅 안동에서 상해행 기선에 오를 수 있었다.
3·1운동이 일어난 후 상하이에서 갓 태어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어느 날 갑자기 일제의 철통같은 감시망을 뚫고 조국을 탈출해 나타난 이 두 사람을 열렬히 환영했다. 동농 김가진과 그의 아들 김의한이었다. 김가진은 구한말에 주일본판사대신, 병조참의, 충청도관찰사, 법부대신, 중추원의장 등을 지낸 거물이었기 때문에 임시정부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격이었고, 일제로서는 충격이 엄청났다.
김가진은 조선민족대동단 본부를 상하이로 옮겨 조직을 강화하고, 만주지역에서의 무장투쟁을 계획하는 등 독립운동에 매진했지만, 상해 망명 3년만에 7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임시정부에서는 어려운 사정임에도 불구하고 김가진의 장례를 국장에 버금가게 성대히 치렀다.
동농 김가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르게 기술하고 있다. 어떤 이는 관료 경력을 중시해 문과 급제 후 공조판서와 농상공부대신을 지낸 사람으로 기록했고, 또 어떤 이는 사회계몽 운동과 독립운동에 중심을 뒀고, 어떤 이는 임시정부 요인으로만 기술했다. 혹은 서예가·시인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동농의 생애를 시기로써 구분한다면, 출생에서 30대까지는 성장과 수학기, 32세부터 63세까지는 사환기, 64세부터는 77세까지는 사회활동 및 독립운동기라 할 수 있다.
‘동농 김가진전’은 조선 말기 격변하는 시기에 태어나 스러져 가는 조선조의 중흥을 위한 제도혁신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개혁 관료 김가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다.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시기에 나라의 명운을 지키고자 국정개혁을 주도했던 동농이 서거한 지 올해로 87년이 흘렀다. 두 동강 난 한반도가 아직도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듯이, 동농의 유해는 아직도 이 땅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김가진의 전 생애를 연대순에 따라 기술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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