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성도 항저우 임정청사(자료사진)

(항저우=연합뉴스) 김대호 특파원 = 중국 저장성(折江省) 성도 항저우(杭州)의 아름다운 호수 시후(西湖) 바로 옆에 자리잡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항저우 청사.

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리던 9일 상하이에서 승용차를 타고 3시간 가량 달려 이 곳에 도착했다.

푸른 벽돌의 2층 건물 입구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항저우 유적지 기념관' 간판이 걸려 있고 중국 교포 4명이 안내를 맡고 있었다. 기념관장도 한국말이 유창한 중국 교포였다.

1932년 4월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공원 의거 후 일제의 추격을 피해 1932년부터 1935년까지 김구 선생 등 임정요인들이 머물렀던 항저우 임정청사는 대지면적 211㎡, 연건평 423㎡ 규모로 넓지는 않았다.

길을 따라 2층 높이에 50여m 길이로 지어진 건물의 한 부분을 임대해 들어선 임정청사의 옆 방들은 사무실과 주거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항저우시 정부는 대한민국 항저우 임정청사를 복원키로 하고 2002년 8월 중국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은 후 기념관 설계, 거주민 이주 등을 거쳐 2005년 4월부터 복원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재정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독립건물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2007년 11월30일 항저우 임정청사 복원공사는 완료됐다.

그러나 작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임정청사에 전시된 유품들은 선열들의 애국, 애족 정신과 치열한 삶을 되새기기에 충분했다.

임정 요인들이 기거했던 침실, 부엌 등의 가구와 집기들은 독립의지를 불태우며 어려운 생활을 기꺼이 감내했던 선조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침실과 부엌의 각종 집기들은 일제강점기 생활상을 최대한 사실대로 반영하기 위해 기념관 부지에 살던 원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것들이었다.

부엌과 침실에서 바로 옆으로 연결되는 기념관 입구에는 김구 선생의 흉상이 반갑게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기념관은 독립운동가들의 사진과 사진설명, 일부 영상물, 김구 선생의 자서전인 `백범일지' 등을 전시, 일제의 잔학성과 그에 대항한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항저우 임정시기는 윤봉길 의사 의거 후 자행된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을 피해 상하이에서 옮겨왔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더 힘들었음을 잘 연출했다.

전반적으로 전시물 등의 시설이 잘 갖춰졌고 주변 환경도 정비돼 있어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기념관의 안내를 맡은 중국 교포들도 임정청사에서 일한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한 안내원은 "중국인들은 임정청사 기념관을 방문한 후 한국인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고 있으며 한국인들은 항일투쟁 역사를 되새기며 눈물까지 흘린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항저우 기념관이 한국이 아닌 중국 정부가 투자해 건립됐다는 사실에 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저우시가 돈을 들여 대한민국 임정청사를 복원하고 주변을 정비한 것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항저우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임정청사 기념관이 한국의 독립정신과 선열들의 업적을 기리고 이를 후대에 전해주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년 항저우 임정청사에는 중국인 6천명, 한국인 5천명이 방문했지만 올해는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한국인 방문객이 급감했다.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관람객은 한국인 2천902명, 중국인 6천94명으로 중국인이 훨씬 더 많다.중국인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한국인에게는 1인당 10위안(1천800원)의 관람료를 받고 있다.

현재 항저우시가 인건비, 잡비 등 연간 60만위안(1억8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항저우 임정청사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12월부터 항저우 시의 관리비 지원이 끊길 예정이어서 임정청사가 현재처럼 잘 관리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항저우시는 개관후 3년간은 임정청사 운영비를 지원키로 했지만 그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생존토록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관람료외에는 별다른 재원확보 방안이 없기 때문에 힘들게 복원해 놓은 항저우 임정청사의 앞날은 한국인 방문객들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불투명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조성주 항저우임정청사기념관 관장은 "한국 경제가 살아나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해주고 한국 기업들이 자금지원을 해줘야 임정청사 기념관도 발전할 수 있다"면서 "항저우에 대한민국 임정청사가 있다는 사실이 한국에 널리 알려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