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만든 곳
“국사책에서만 들어본 임시의정원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90주년이라…. 참 오래 됐네. 나 어린 시절에 봤던 어른들이야.”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특별전시회를 둘러본 관람객들의 소감이다. 따스한 4월의 봄날, 여의도 벚꽃축제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가운데 국회 헌정기념관 중앙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바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9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회다.
임시의정원은 1919년 4월 10일 개원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주권 재민과 삼권분립의 민주정치 이념을 담은 ‘대한민국임시헌장(임시헌법) 10개조’를 채택해 헌법의 기초를 닦은 곳이다. 오늘날의 국회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된다.
임시의정원이 만든 임시헌장은 권력의 소재를 군주에서 국민으로 옮기고 민주공화제를 선언해 정부형태와 국정운영에 변혁을 가져왔다. 또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와의 관계를 명확히 했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자유·평등 그리고 기본권 보호 정신도 규정했다. 이밖에 공직선거에 따라 의회와 정부를 구성하도록 하는 등 근대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
근대국가를 형성하고 민주주의 제도의 기초를 닦은 곳이지만, 정작 많은 국민들은 임시의정원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에게 “임시의정원이 어떤 곳이었는지 아느냐”고 묻자, 10명 중 9명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여의도에 벚꽃을 보러 왔다가 전시회를 한다는 포스터 등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이 같은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대한민국임시의정원 개원 90주년을 맞이해 대한민국 국회의 초석이 된 임시의정원의 역사적 의의와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국회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여 국민 속의 국회로 다가가기 위해 전시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헌정기념관에 들어서면 임시의정원 9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태극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대형 상징물에는 대한민국 의정원의 주요 인사들의 얼굴과 의정원의 행적이 적혀있다.
당시 임시의정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법부 기능을 수행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제출하는 예산에 대한 심의 및 의결을 담당하고 조약체결 등을 결정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외 독립운동가들의 구심적 역할을 하면서 독립운동의 전략과 방향을 결정하고, 광복 투쟁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도 참여했다.
최초의 임시의정원 회의는 1919년 4월 10일 밤 10시 중국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인 김신부로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신익희, 신채호, 여운형, 이시영, 이광수, 이동녕, 조소앙, 조동진, 손정도 선생 등 29명이 참석했다. 이 날 이들은 회의체 명칭을 ‘임시의정원’으로 정하고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의결했다. 이튿날에는 임시헌장을 제정했다.
이 같은 전시물을 관람하고 우측으로 가면 이벤트 코너가 있다. 이곳에선 대형 무궁화를 모자이크로 만드는 ‘무궁화 모자이크 이벤트’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적어 그려진 나무에 붙이는 ‘소망나무 이벤트’, 그리고 임시의정원 의원들의 친필 서각으로 제작된 도장을 직접 찍어보며 좋은 글귀를 마음에 새겨보고 업적을 기념하는 ‘친필 전각찍기 이벤트’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곳에는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의 역사와 발자취를 담은 패널과 사진, 영상, 유품 등이 있다. 330㎡ 정도의 전시장은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관람객 중에는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71세의 김모 할아버지는 “나 어렸을 때 저 사람 연설 들은 적이 있어. 시간이 흘러 여기서 보네”라며 추억에 젖는 표정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마침 대한민국임시의정원 특별기념전이 있다고 해서 왔다는 한 대학생은 (21·여)은 ‘ 교과서에서 보던 사람들의 사진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일제 치하에서도 임시의정원이 국회로서의 기능을 했다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생은 ‘국사책에서만 본 당시 임시의정원 활동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고, 의정원 의원의 사진과 유물을 함께 전시하고 있어 ‘이 분이 신익희 선생님이구나’라는 걸 기억할 수 있다”며 “자주 볼 수 없는 자료들이라고 들었는데,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를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가 주관하는 이번 특별전시회는 4월 24일까지 계속된다. 국회기록보존소가 소장하고 있는 관련자료 뿐 아니라 관련기관 및 단체, 임시의정원 유족들이 제공한 각종 유품과 사진, 친필 휘호 등의 실물과 영상자료들을 공개한다.
정책기자단 박성만 psm19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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