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 벽돌 한 장을 올리는 심정으로, 우리 집안의 진실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세상에 고하는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고위관료 경력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할아버지를 대신해 친손자가 사죄의 뜻을 밝혔다.

경기도에 사는 윤석윤씨는 지난달초 민족문제연구소의 홈페이지에 비공개로 ‘저는 친일파의 손자입니다. 역사와 민족 앞에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사진)을 올렸다. 그는 일제 강점기 초반 군수를 지낸 할아버지(윤수병)의 친일 행위에 대해 후손으로서 느끼는 복잡한 심경과 미안한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인명사전’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읽고 혹시 할아버지도 일제 초기 군수를 지냈다면 명부에 있지 않을까 싶어 도서관에 달려가 찾아봤다”는 그는 “해방 후 반민특위를 통해 친일파를 청산하지 않은 것이 역사의 치명적 약점이라고 생각했고, 친일파와 그 자손들은 호의호식했지만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어렵게 살고 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분개했는데 내가 친일파 후손이란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1953년 작고한 윤수병은 관비유학생으로 일본에서 유학한 뒤 대한제국 농상공부 관리로 관료 생활을 시작, 한일합병 이후 충청도와 전라도 등에서 군수를 지내고 26년 퇴직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이달 초 윤씨를 직접 만나 전문 게재를 허락받고 최근 글을 공개로 전환했다”며 “용기 있는 결정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