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의 총칼 맞서 용기있는 무장투쟁에 큰 감동
과거사 반성보다 왜곡시키는 日 극우세력 우려
약탈 문화재 반환·위안부 사과·보상 요구 의견도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병서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이 명언이 21세기 일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역사왜곡ㆍ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파렴치한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면서도 자위대의 군대화를 본격 추진, 주변국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또다시 군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힌 일본을 알기 위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가 광복 68주년을 맞아 대학생을 주축으로 60명의 답사단을 꾸려 일본의 항일 독립운동 사적지를 탐방했다. 본지는 2ㆍ8독립선언을 낭독한 도쿄 한국YMCA건물과 히비야공원을 비롯해 교토ㆍ오사카 등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둘러본 제9기 독립정신 답사단 대원들과 지난 7월 23일 오사카성 시립박물관 앞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제국주의 심장인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군 심리전의 총본산이었다. 군사시설인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본 소감은.
박상희:한국 등 일제 강점기시대 강제 징집당한 사람들까지 일본인 마음대로 위패를 모셔 놓았다. 그리고 본인과 유가족의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갔지만 일본을 위해 싸웠다는 이유 하나로 합사해 놓았다. 현재 이곳에는 보신전쟁 등 내란에서 전사한 관군이나 청일전쟁 이후 사망한 군인·군속 등 약 360만 명의 전사자가 군신(軍神)으로 올려져 있고, 한국과 대만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5만 명이나 합사돼 있다. 과거 역사를 반성하지 못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일본의 우경화가 정말 우려스럽다.
-이봉창 의사 등이 일제의 총칼에 맞서 도쿄 등에서 무장 투쟁을 벌였다. 그들의 구국의지를 평가한다면.
이지은:많은 조선인이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왔지만 일부 뜻있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으로 향했다.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일본의 왕궁에 폭탄을 투척한 김지섭 열사다. 김 열사는 경비가 삼엄한 왕궁 정문을 통과해 폭탄을 투척한 후 체포됐지만 일본인에게 조선의 강력한 독립 의지를 보여주었다.
빙기석:일본인에게 한인들은 그저 머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본 한복판에서 일어난 무장투쟁으로 그들은 위협을 느꼈고,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잇따른 투쟁으로 고요했던 일본이 요동쳤다. 내가 생각한 그들의 구국의지는 자그마한 개개인이 모여 일본 전체를 뒤흔든 거대한 소용돌이와 같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독립운동가라면 어떤 투쟁을 했을까.
박상희: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 가라고 했다. 적의 사관학교에 입교해 군사교육을 받고 지식을 쌓은 뒤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 독립군이나 무장단체를 돕는 항일 투쟁을 할 것이다.
조윤지:해외 유학을 통해 인맥을 만들고 지식을 쌓아 일제와 친일파의 식민지 정당화에 대해 학문적 논리로 조목조목 반박해 국외에 부당성을 알릴 것이다.
-일본에서 유학생들의 무장항쟁이 갖는 의미는.
빙기석:조선 유학생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일본의 총칼에 스러져가는 동지들의 이름을 빛나게 해 주었다. 유학생과 독립운동가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조선인들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는 기폭제가 됐다.
이지은:독립정신 답사단은 도쿄, 가나자와, 도야마, 교토, 오사카 지역을 순방하며 일본 정치인들이 단골로 찾는 야스쿠니 신사, 우리 동포들의 한이 서린 관동 대지진 위령비 등을 둘러봤다. 책에서만 읽고 TV로만 봤던 곳에서 그들의 뜨거운 함성과 독립만세의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인 20대의 유학생들이 국권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에게 경외감을 느꼈다.
-21세기 독립운동은 어떻게 추진될까.
이소은:무장독립투쟁이 활발했던 20세기와 달리 21세기는 비폭력적인 노선으로 독립운동이 전개될 것이다. 정보화시대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으며 우리나라 독립의 타당성을 여론화시켜야 한다. 두 가지 측면을 강조해 볼 수 있다. 첫째 이해적인 측면이다. 강자가 약자의 주권을 무력으로 찬탈한다면 훗날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다. 즉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미래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둘째 나라를 잃은 국민의 설움과 울분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
강철호:과거 독립운동은 의열투쟁ㆍ외교론 등 다양한 노선이 존재했으나 21세기 독립운동은 외교론과 실력 양성론 등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력 양성론은 단순히 역사를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문ㆍ사회ㆍ과학ㆍ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해 국력을 신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외교론은 약탈 문화재 반환요구, 위안부 사과 및 보상요구, 잘못된 역사 왜곡 정정요구 등 다른 국가와의 외교에서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것들을 당당하게 요구할 것이다.
-2ㆍ8독립만세운동지와 강제노역 현장을 둘러본 소감은.
빙기석:가슴이 답답했다. 2ㆍ8독립만세운동은 조선의 유학생들이 의지를 갖고 앞으로 나간 것이지만 강제노역 현장은 타인의 의지로 끌려와 착취당한 장소였다. 특히 강제노역 현장의 환경은 열악했고 그것을 봄으로써 그들의 고행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지은:2ㆍ8독립만세운동의 발원지인 히비야공원은 과거 흔적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당시 유학생들의 피끓는 조국 의 독립의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일본 경찰의 삼엄한 감시를 받는 가운데 600여 명의 유학생들이 철통 보안을 지켜 2ㆍ8독립만세운동을 전개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일본 극우세력의 ‘한류역풍’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소은:문화를 수출한다는 것은 단순히 문화콘텐츠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생활방식ㆍ사고방식ㆍ정신까지 함께 수출하는 것이다. 일본의 극우세력은 역사를 왜곡시키면서까지 우리나라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래서 극우 세력은 그들의 만행이 드러날까 두려워 ‘한류역풍’을 조작하는 것 같다. 또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문화를 선망하게 되면 문화적 주종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일본 문화를 좌지우지하는 게 두려운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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