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7년 사라봉 모충사에 세워진 故 조봉호 지사의 순국 기념비.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잊혀지는 제주의 순국지사 
조봉호 지사, 임정에 독립자금 보낸 그의 기념비는 적막감 돌아 
 
 2009년 04월 14일 (화)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
 
 
13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맞아 제주출신 고(故) 조봉호 순국지사(1884~1920)가 후대들로부터 잊혀져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날 사라봉 모충사에 있는 조봉호 지사의 순국 기념비에는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어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조 지사는 1919년 서울에서 제주로 밀파된 독립희생회 조직원 등과 함께 회원 1명당 독립운동 군자금 2원씩을 헌납할 것을 결의했다.

조 지사는 임시정부 헌장과 해외통신문을 복사해 제주도내에 배포하면서 4450명으로부터 군자금 1만원을 모금해 상하이 임시정부로 송금했다.

이 사실은 일경에 발각됐고, 조 지사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옥사했다. 조 지사의 순국으로 임시정부에 돈을 보낸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

이를 기려 1977년 사라봉에 세워진 조 지사의 기념비를 보면 ‘생명과 재산 모든 것을 조국독립에 희생했으나 유골도 유가족에게 인도되지 않았고, 그가 잠든 묘도 없음을 안타깝게 여겨 도민의 이름으로 비를 세웠다’고 적어 놓았다.

모충사를 관리하는 관계자는 “예전에는 현장학습으로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와 독립운동과 희생정신 등을 배우고 갔는데 최근에는 발길이 뜸해 소풍도 오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조 지사의 유일한 혈육인 손자 조태신옹(72.애월읍 금성리)은 “선친이 밭과 집을 모두 처분해 자금을 임시정부에 보내면서 가세가 크게 기울고 궁핍한 생활도 했지만 독립운동을 위해 옥중에서 순직한 조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옹은 조부가 순직한 음력 4월28일인 다음달 22일에 사라봉 모충사 기념비를 찾아가 평소처럼 제사를 지내면서 희생정신을 기리고 넋을 위로하기로 했다.
<좌동철 기자>roots@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