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싸운 지 100년도 안돼 이처럼 성장한 대한민국이 놀랍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 전국순회전시회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를 본 한 외국인 관람객은 놀랍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따스한 봄날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임시정부의 역사와 의미 등을 짚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919년 4월 13일 중국 상하이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제의 강제점령을 거부하고 자주독립운동을 펼쳐나간 3권 분립의 민주정부다. 오늘날의 대한민국도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고 있다고 헌법에서 밝히고 있을 정도로 임시정부는 정통성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전시회를 주최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는 이런 임시정부의 역사적인 의미를 기억하고 선열들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조국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이런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이 전시회는 둘러보기 식의 일반 전시회와 달리, 체험하는 전시회다. 관람객은 ‘꿈을 품다’(독립), ‘꿈을 엮다’(주권), ‘꿈을 향하다’(미래)라는 주제 아래 임시정부의 면면을 체험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1905년 을사보호조약으로 국권을 상실한 뒤부터 1945년 해방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담고 있는 연대기를 볼 수 있다. 이 연대기는 ‘1단계 3·1 운동의 함성으로 임시정부를 세우다’부터 ‘4단계 독립군의 힘으로 독립을 꿈꾸다’ 로 돼 있고, 중간중간에 각 연도별로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대기를 읽으며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개괄적으로 이해하고 나면 ‘퍼즐로 보는 임시정부’를 통과해야 한다. 임시정부 관련 사진 퍼즐을 맞춘 이들만 운영요원이 임시정부를 해설해주는 단계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관람객들이 임시정부의 이동경로, 임시정부 청사, 그리고 임시정부 요인들의 사진 등 세 가지 종류의 퍼즐을 맞춘다. 운영요원은 맞춘 퍼즐의 사진을 잘 모르는 이용객을 위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상해에서 시작해서 충칭까지 10번이나 이사를 했습니다. 첫 번째 퍼즐은 그 이동경로를 나타내는데,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면서 이렇게 자주 이동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 퍼즐은 당시 임시정부 청사의 사진입니다. 아주 보기 드문 사진이지요. 세 번째는 임시정부 국문원 요인들의 사진입니다. 대한민국 원년 10월 11일이라고 써 있는데, 여기서 대한민국 원년은 1919년입니다.”
퍼즐을 풀고 나면 ‘나에게 맞는 독립운동’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 관람객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전달하는 요원으로서 각 상황에 맞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공간이다. 관람객들이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보고 고민하고, 어린 아이들은 독립운동가 역할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부모와 자녀가 머리를 맞대 상황을 해결하는 보습도 보였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나라를 뺏은 적의 우두머리를 만났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포로로 잡아 숨겨진 계획과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부모는 ‘아니야. 미행해서 본거지를 알아내야해’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아이의 주장에 따라 ‘적의 우두머리를 포로로 잡고서’ 쪽으로 이동했다.
이어진 공간에서는 황제의 나라 대한제국에서 국민의 나라 대한민국으로의 변환과정과 정치·경제·교육이 평등한 새로운 국가를 준비했던 임시정부의 역사를 전시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옆에는 ‘같은 꿈을 품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19인의 임시정부 요인의 얼굴을 담은 상자가 있었다. 얼굴이 그려진 뚜껑을 열면 해당 요인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다. 홍진 선생의 그림을 열면 홍진 선생이 1921년 태평양 회의에 참석한 각 국 대표들에게 독립청원서를 발송한 내용이, 여운형 선생의 그림을 열면 좌우합작을 추진한 내용이, 이시형 선생의 그림을 열면 신흥무관학교에 관한 그림과 설명이 나온다.
옆에선 운영요원이 옆에서 상자 속의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줘, 관람객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운영요원이 이봉창 선생의 얼굴을 열어 “이봉창 선생님이 수류탄을 들고 웃고 있죠. 이봉창 선생님은 1932년 1월 8일 도쿄 요요기 연병장에서 관병식을 하고 돌아가는 일본 천황에게 수류탄은 던졌던 분이랍니다”라고 설명하자, 아이들은 “수류탄이 뭔가요?”, “왜 실패했어요?”, “총은 없었나요?” 등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임시정부의 요인들의 사진·어록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물을 꼼꼼히 읽어보던 한 학생은 옆의 친구에게 “이야! 이 거국가 안창호 선생님이 지으신 거래! 난 처음 보는데, 학교에 가서 물어보자”라며 가사를 열심히 받아적었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거국가는 1910년 5월 12일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것으로 한일병합직전 중국으로 망명하던 도산 안창호 선생이 지은 노래이다.
이런 전시물 외에도 독립운동가들이 바랐던 나라의 모습을 여태명이라는 작가가 글로 담은 ‘깃발 서예전’과 임시정부 요인의 글귀를 한 자 한 자 나무에 새겨 전시한 ‘서각전’도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회를 둘러본 관람객 김시향씨(49·여)는 “어제는 벗꽃놀이 하러 여의도에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전시회를 봤는데, 오늘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전시회를 보게 돼 좋았다”면서 “특히 오늘 전시회는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고 임시정부의 의의 등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학생 관람객들은 “재미있었다”는 반응이었다. 퍼즐과 요인들의 얼굴을 누르면 뚜껑이 열리는 상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들은 “임시정부가 독립을 위해 많은 일을 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인 아내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를 관람한 한 외국인은 “2차 대전에서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당했을 때 드골이 영국에 망명정부를 세운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며 “일본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싸운 지 100년도 안돼 이처럼 성장한 대한민국이 놀랍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가 후원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90주년 기념사업단이 주관하며,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이 기획한 이 전시회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과 광주를 순회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는 전쟁기념과 평화의 광장에서 4월 21까지, 부산에서는 부산역 광장에서 4월 25일부터 5월 5일까지, 광주에서는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야외광장에서 5월 9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정책기자단 박성만 psm19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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