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신주쿠 옛 군의학교 ‘거점’
ㆍ日 정부 첫 발굴조사 나서
ㆍ유골 암매장 증거 주목

일본 정부가 1989년 대량의 인골이 발견된 도쿄 신주쿠구 도야마의 옛 육군군의학교 부지에 대한 발굴조사에 착수키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지난 6일 전했다. 이곳은 일제시대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일명 731부대의 연구 거점인 것으로 알려져, 인체 표본 암매장과 관련한 증거가 나올지 주목된다.

일본 정부가 이 부지에 대한 발굴조사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조사를 실시키로 한 곳은 신주쿠구 도쿄도립 도야마 공원에 인접한 국유지다. 89년 현재의 국립감염증연구소를 건설하다가 지하 약 2m에서 두개골과 대퇴골 등 대량의 인골이 발견된 장소로부터 서쪽으로 250m 떨어진 곳이다.

89년 발굴 당시 전문가 감정 결과 일본인과는 다른 것으로 보이는 뼈에서 드릴·톱 등에 의해 훼손된 흔적이 발견됐다. 또 2001년 후생노동성의 추가 조사 결과 인골은 군의학교의 표본과 의학교육용으로 모아진 인체의 일부라는 견해와 함께 전사자를 포함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사에서는 “731부대에서 보낸 것”이라는 증언도 일부 있었지만, 731부대와의 관련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 군의학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여성이 “(일본군이) 종전 후 군의학교 부근, 적어도 3곳에서 진주군에 발견되지 않도록 인체 표본을 매장했다”고 증언하면서 731부대와의 관련성이 주목을 받았다.

이 증언이 나온 이후 후생노동성은 조사 방침을 밝혔고, 지난해 현장에 있던 주택과 주차장 등이 모두 퇴거하면서 발굴 착수작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후생노동성은 조만간 발굴조사 실시를 위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매장 의혹이 제기된 나머지 부지에 대해서도 도쿄도 및 신주쿠구와 협의해 조사를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89년 인골 발견 당시 유해를 조사한 삿포로대학의 사쿠라 하지메 교수는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유해 대부분은 몽골 인종으로 남아시아쪽 사람들이라기보다 북아시아 사람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발표한 보고서는 “10여개의 두개골에서 발견된 드릴로 뚫어진 구멍 등 인위적인 흔적은 시체의 머리 부분에 뇌수술을 실시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당시 뇌수술은 새로운 영역이었으며 그 같은 실험을 위한 대상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도쿄 | 조홍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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