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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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임시정부 따라 3만리 (순천향대 초빙교수 구월환)
글쓴이 관리자
날 짜
05-09-03 09:40
조회(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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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따라 3만 리
<이 글은 저의 고향인 충남 서천신문(8월31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저의 집안 가형이 의사로서 임시정부 요인들을 돕다가 귀국, 서천에서 제2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나 조소앙, 안재홍, 엄항섭 선생 등과 함께 6.25 때 납북되는 비극을 맞은 연고로 고향신문에 올리게 되었음을 첨언합니다.> 구월환

<임시정부 따라 3만 리>

이번 여름방학 때 참으로 값진 경험을 했다. 12일간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를 따라 중국 남동부지방을 다녀왔다. 3.1운동이 나던 1919년부터 해방을 맞은 1945년까지 26년간 김구 주석이 이끌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거쳐 간 길을 따라 고난의 행군을 한 것이다. 상해임시정부와 그들의 피난길, 그리고 8.15광복을 맞았던 중경임시정부 청사까지 1만 3천 리에 이르는 답사여행이었다. 임시정부기념사업회(회장 김자동)가 광복60주년을 맞아 조직한 이 행사에는 독립운동 후손들과 대학생 등 106명이 참가했다.
특히 8월15일 중경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가졌을 때는 실로 북받치는 감동을 느꼈다. 오직 조국독립을 위한 일념으로 모든 소유와 일신의 안락을 과감히 버리고 갖은 고초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 어른들! 잔인 악랄한 일제경찰과 군대의 추격을 받으며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대한민국의 깃발을 사수했던 그분들의 지고지순한 정신 앞에서 누가 감히 고개를 들랴!
중국의 여름은 너무 더웠다. 우리의 올 여름도 열대를 방불케 했지만 그쪽에 비하면 약과였다. 그들이 강남(양자강 이남)이라고 부르는 그 지역은 보통 섭씨 40도를 웃도는 곳이다. 게다가 습도가 높아서 천연사우나라는 말들이 절로 나왔다. 이따금 한줄기 소나기가 쏟아져 그나마 달아오른 대지를 식혀 주었다.
김구 주석과 임정요인, 그들의 가족들은 1932년 4월29일 상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본군의 천장절(일본왕의 생일) 기념식에서 이웃 예산출신의 윤봉길의사가 시라까와대장 등 현지주둔 일본군 최고위 요인들을 폭탄으로 처치한 직후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난을 겪으면서 피난길에 올랐다. 일본군은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정요인들을 잡으려고 야단법석이었다. 할 수 없이 임시정부는 상해 프랑스조계의 본부를 버리고 가흥-항주-남경-광주-유주-기강-중경 등 양자강 이남 천지로 옮겨 다녀야 했다. 그 고생이 오죽했으랴. 우리가 비행기 타고 냉방 버스 타며 일일이 찾아보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당시에는 불편한 교통 때문에 한 곳으로 이동하는데도 보통 며칠씩 걸렸다고 하니 그 수난과 고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평생 가장 긴 시간 열차를 타보았는데 산동성 광주에서 유주까지 16시간이 걸렸다. 지도를 보면 바로 옆인데 이렇게 멀다니 역시 중국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륙이었다.
고난의 행군은 드디어 8월15일 사천성 중경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중경은 임시정부가 마지막 5년을 머무르면서 8.15 해방을 맞은 곳이다. 비교적 잘 보존된 임정청사에는 김구 주석, 김규식, 조소앙, 엄항섭 등 임정요인들이 쓰던 방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침 본국의 독립기념관에서 온 40여 명이 합세한 가운데 우리는 임정청사 뜰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가졌다. 독립운동 후손들과 대학생들을 포함하여 1백50명이 부르는 애국가와 독립군가가 중국의 하늘에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이런 일은 해방 6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정녕 영혼이 있다면 일제에 스러져간 임정투사들의 원혼들도 지켜보셨으리라.
순간, 가형 구덕환(丘德煥)이 떠올랐다. 그는 20대에 경성의전을 나와 의사가 된 후 분연히 상해로 가서 독립운동에 참가했다. 지금도 김구, 이동녕, 조소앙 등 임정요인 및 가족들과 찍은 빛바랜 사진이 한 장 남아 있다. 우리 서천군민들은 1950년 그를 제2대 국회의원으로 뽑아 국회에 보냈지만 한 달도 못되어 터진 6.25 때 북으로 끌려갔다. 그가 중국에서 고락을 같이 했던 조소앙, 엄항섭 등 임정요인들과 함께 끌려가 지금은 평양교외에 묻혀있다. 그가 1985년 5월12일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확인되었다. (언론인-순천향대초빙교수)

samhun
05-10-06 18:24
교수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이런 것이 축적되면 독립운동사가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주세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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