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말기 日王 대피시설 공사에 한인 7000여명 끌려가”


ㆍ강제동원조사위 밝혀… “최대 650명 사망”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총지휘소였던 대본영 지하방공호 건설에 한인 7000명가량이 동원됐으며 공사 과정에서 최대 650명이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와 문헌, 관련자 진술, 연구자료 등을 토대로 2006년부터 피해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본영 지하방공호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전체를 지휘·통솔하는 본부이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일왕 일족의 왕궁을 옮겨놓은 대피시설이었다. 나가노(長野)현 마쓰시로(松代) 일대 쇼산(象山), 마이즈루산(舞鶴山), 미나카미산(皆神山) 등을 중심으로 극비리에 공사가 진행됐다. 규모는 굴착 길이 9510m, 높이 2~3m, 면적 3만8042㎡로 패전 당시 평균 공정률은 80~90%였다.

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한반도에서는 면사무소 직원들이 무작위로 주민을 강제동원해 일본으로 보냈다. 동원된 이들은 산악지대였던 나가노현의 영하 20도에 이르는 추위를 견디며 반지하 목재 막사에서 생활했다.새벽 5시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노역했고 1일 2교대로 방공호 구축에 투입됐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한인 노무자들은 하루 평균 한 명씩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강제 노동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노무자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위원회는 “구체적 실태를 파악하려면 한인 대부분이 소속됐던 건설조직 니시마쓰구미(西松組)의 작업장 명부를 입수해야 하며, 현지 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