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박용근 다롄안중근연구회장 ‘순국 101주년 학술대회’ 열어

“100주년이 지났다고 안중근 의사의 혼과 정신이 멀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안 의사가 남긴 동양평화의 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1주년을 하루 앞둔 25일 중국 다롄시에서 만난 박용근 다롄안중근연구회장(60·사진)은 지난해에 비해 썰렁해진 안 의사 추모 분위기가 안타까운 듯 이렇게 말했다. 순국 100주년 때인 지난해 뤼순감옥이 있는 다롄에는 한국에서 건너온 추모객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조선족 교포인 박 회장은 “작년에는 역사학자, 국회의원, 공무원은 물론 일반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 올해는 뚝 끊어졌다”며 “100주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이 안 의사 순국 101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기획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40여년간 안 의사를 ‘마음속의 영웅’으로 간직해온 그에게 100주년과 101주년의 차이는 없었다. 그에게는 오로지 안 의사의 의로운 정신과 평화 사랑의 정신이 있을 뿐이었다. 올해 초 다롄대 교수이자 안중근연구회 이사인 유병호 교수 등과 의논한 박 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학자들을 초청해 학술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중국 내 민간 안중근연구모임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중 한국대사관이 적극 후원에 나섰다. 이런 과정을 거쳐 25일 다롄대 도서관 회의실에서 열린 한·중 안중근 학술대회는 역대 여느 안중근 세미나보다도 격조 있고 내실 있게 치러졌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한국과 중국의 학자들은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집중 조명했다. 베이징대 역사학과의 쑹청여우 교수는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과 후쿠자와 유기치의 동양정략론을 비교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장샤오강 다롄대 교수는 안 의사와 쑨원의 사상을 비교해 동양평화론의 연구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왕전런 뤼순감옥 부관장은 안 의사의 옥중생활과 재판과정을 통해 안 의사의 사상을 재구성했다.

박 회장은 “그간 안중근 연구는 한국과 조선족 학자들의 몫으로 여겨졌는데,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연구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안중근의 사상이 한민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국제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이날 ‘안중근 의사의 일생과 항일독립운동’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유엔 설립 구상보다는 8년, 유럽연합(EU) 아이디어보다는 36년이나 앞선다”며 안 의사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또 최근 한·중·일 3국에서 동북아공동체론이 거론되고 있음을 주목하면서 동양평화론을 동아시아 외교정책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롄안중근연구회는 2000년 1월 다롄에 거주하는 조선족 원로들이 중심이 돼 창립됐다. 초창기에는 안 의사를 흠모하는 교민들만의 모임으로 출발했으나 다롄시가 연구회의 활동을 인가하면서 중국인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고 박 회장은 전했다. 그는 “다롄 시정부가 뤼순감옥을 관광지로 개방하고, 한국 정부의 안중근 유해 찾기 운동에 호응하는 등 안중근 선양사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안 의사가 한·중 우호의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