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승 후손 228억 민자소송 등
‘일제 공로-작위’ 연관 입증해야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
지난해 대법원이 일제에서 후작의 작위를 받은 조선 왕실 종친 이해승의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면서 ‘친일반민족행위’를 규정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반민규명법)’의 ‘작위’ 관련 조항(2조7호)의 해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0억원대 재산의 국가귀속이 취소되는 것으로 확정됐지만 제3자에게 넘어간 228억원어치 땅에 대한 민사소송은 여전히 진행중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지난해 이해승의 손자가 낸 ‘국가귀속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한 서울고법의 판결을 확정했다. 쟁점은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대목이었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박병대)는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며 처분 대상에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유추해석해선 안 된다”고 전제한 뒤, 이해승이 1910년 조선귀족 중 최고의 지위인 후작의 작위를 받은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곧바로 한일합병의 공이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고, 실제 기여한 증거도 없어” 국가 귀속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학계나 시민·사회 단체는 작위를 수여한 것 자체가 ‘공’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심 재판부도 “한일합병을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여 도움을 준 지배계층을 포섭하기 위해 작위를 수여했다”며 ‘공’이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 확정 판결의 파장은 적지 않다. 이 판결의 취지에 따라 이해승의 자손이 낸 228억원에 대한 ‘친일재산확인 결정처분 취소’ 소송과 작위 관련 조항에 대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처분 취소’, 이미 국가에 넘어간 땅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은 1심에서 모두 원고가 승소했다. 다른 친일 행위자들의 자손들도 ‘공으로’라는 문구를 들어 소송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해승과 관련해선 제3자에게 땅을 팔아 남겨 받은 돈 228억원에 대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 1심이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이해승의 ‘공’을 입증할 추가 자료를 찾지 못하는 한 국가의 승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관련 사료를 찾기도 힘들거니와 현재 소송 담당 부처에 그런 일을 해낼만한 전문 인력이나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해체된 뒤 관련 업무는 법무부로 넘어갔다. 재산 환수 관련 처분에 불복해 진행중인 소송만 79건이지만 쏟아지는 소송을 담당하는 ‘친일재산송무팀’은 5명에 불과하다.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는 ‘228억원’ 소송에 맞설 이해승의 사료를 찾기 위해 이달 일본에 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 소송의 다음 번 재판은 오는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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